요즘 아빠가 자주 운다. 어떤 슬픈 영화를 봐도 울지않던 아빠였다. 우리집 강아지가 하늘로 떠난 날도 아들이 머리를 빡빡 밀고 입대하던 날도 아빠는 울지 않았다. 6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가 아빠를 두고 사라진 날에도 아빠는 울지 않았다. 그런 아빠의 눈물을 보는 날이 많아졌다.
“남자는 우는거 아이다.” 울음이 많던 나에게 아빠가 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눈물을 잘 참아야 ‘남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어렸을때는 고아라고 무시하는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위해, 결혼 후에는 거친 세상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눈물을 삼켰다.
아빠가 삼켜온 눈물은 발바닥부터 눈물샘끝까지 천천히 차올랐다. 그리고 이제는 더이상 버틸수 없다고 느낀 밤, 눈물은 그 ‘남자’도 모르게 두 볼 위를 흐르고 있었다. 넘치기 전까지는 아무도 보지못했던 그의 눈물을 이제야 본다. 나는 울고 있는 아빠의 모습을 찍어도 되는지 물어봤다. 이런 순간에도 아빠는 ‘남자’가 되려 한다.
“그래, 근데 엄마한테 보여주지마라. 너희엄마 운다.”